2008년 개봉한 영화 『추격자』는 대한민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준 범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단순한 범죄 스릴러를 넘어 우리 사회의 허점과 무관심을 고발하는 영화로 평가받는다. 연쇄살인범과 전직 형사의 대결이라는 이야기 속에는 시민의 안전, 형사 시스템의 미비점, 그리고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문제까지 담겨 있다. 본 글에서는 『추격자』가 어떻게 현실의 문제를 드러냈는지, 영화적 요소와 사회적 메시지를 함께 분석한다.
연쇄살인의 현실성과 범죄 인식
영화 『추격자』는 단순한 상상력이 아닌, 실제 한국 사회에서 발생했던 강력 범죄 사건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유영철 사건을 연상시키는 이 영화는 연쇄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를 매우 사실적, 생생하며 직설적으로 구사해 낸다. 영화 속 범인은 무차별적으로 여성을 유인해 감금하고 살해하며, 경찰과 사회는 이를 초기에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사건을 방치한다.이러한 설정은 단지 영화적 상상이 아니라, 당시 실제로 반복되었던 강력 범죄 사건들의 공통된 양상을 반영한다. 연쇄살인의 경우 대부분이 범죄 초기에는 '실종'으로 분류되며, 실질적인 수사가 이루어지기까지 시간이 지체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실종 신고 절차의 복잡성, 인력 부족, 피해자에 대한 편견 등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부터 기인한다.더불어 영화 속 피해자들은 대부분 사회적 약자이거나 '잊히기 쉬운' 존재들이다. 그들의 실종이 쉽게 무시되고, 심지어 경찰마저도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추격자』는 연쇄살인의 공포를 단순한 공포영화적 요소로 사용하지 않고, 사회가 범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또한 범죄자에 대한 경각심뿐 아니라, 피해자 인권에 대한 무관심도 날카롭게 지적된다. 영화는 피해자의 고통이 아닌 가해자의 시선을 따라가는 기존 범죄 콘텐츠의 틀을 일부 따르면서도, 이들 사이에서 사라지는 인간성에 주목한다. 이는 범죄가 단순히 법적 문제가 아닌, 윤리적·사회적 책임임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법망의 허점과 수사의 실패
『추격자』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현실은 형사사법 체계의 허점이다. 영화 속 경찰은 범인을 체포하고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 이는 체포 당시 범죄의 명확한 물증이 없다는 이유 때문인데, 현실에서도 이러한 법적 절차의 벽은 많은 사건 해결에 장애물이 되어왔다.범인은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는 구속조차 어렵고, 경찰은 그를 놓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실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실제 유사 사건에서도 법 절차와 인권 보호라는 명분이 범인을 풀어주는 결과로 이어진 바 있다. 영화는 이처럼 현실과 법 사이의 간극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영화 속 현실과 지금의 현실도 그러핳 것이다. 법과 인권 사이의 다리는 지금의 현실에서도 피의자와 피해자, 그리고 법망 사이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게 지금이기도 하다.또한 영화는 형사들의 무능함이나 개인적 이기심을 단순히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면의 구조적 원인에도 집중한다. 인력 부족, 정보 공유 시스템의 미비, 사건 처리 과정의 비효율성 등이 누적되어 범죄 대응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단지 한 명의 형사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며, 국가 차원의 제도 개혁이 필요한 영역임을 암시한다.더불어, 영화는 수사의 진전이 정치적 외압이나 언론 보도에 의해 방해받는 현실도 담아낸다. 범죄 자체보다도 이미지 관리나 외부 시선에 집착하는 행정기관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진실보다도 ‘형식’을 중시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추격자』는 이를 통해 정의가 실행되기 위해선 단순한 법적 절차 이상의 사회적 의지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사회의 무관심과 피해자 잊힘 현상
영화가 가장 날카롭게 지적하는 부분은 사회의 무관심이다. 『추격자』에서 피해자들은 대체로 주변부 인물들이다. 성매매 여성, 가출 청소년 등 사회에서 ‘문제적’으로 여겨지는 인물들이 연쇄살인의 희생양이 된다. 그리고 이들의 실종이나 고통은 주변 사람들, 경찰, 심지어 언론에게조차 외면당한다.이것은 현실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지금도 그러하다. 사회적 약자, 특히 여성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그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거나, 편견 섞인 시선으로 보도되기 일쑤다. 영화는 이러한 구조적 차별과 무관심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피해자 중심의 시각이 사회 전반에 부족하다는 점을 꼬집는다.피해자의 실종이 단순한 일탈로 오해받고, 구조 요청이 무시되며, 심지어 가족조차 보호해주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개인은 범죄에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영화 속에서 피해 여성은 반복적으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위험을 알아채거나 도와주지 않는다. 이 장면은 단순한 극적 장치가 아닌, 실제 현실의 축소판이다.또한 영화는 사회적 분노가 일시적으로만 존재하며, 시간이 지나면 곧 잊힌다는 점도 지적한다. 대중의 관심은 자극적인 사건에 몰리지만, 정작 제도 개혁이나 피해자 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추격자』는 단순히 범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가’를 되묻는다. 또한 `내 일이 아니니` 하는 무관심과 개인주의 일 수도 있다.이런 메시지를 통해 영화는 단순히 오락이 아닌, 사회를 반성하게 만드는 통찰의 도구가 된다. 우리가 얼마나 쉽게 잊고, 얼마나 무심한지를 직시하게 하며, 범죄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만든다.『추격자』는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닌, 사회의 무관심과 법의 허점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작품이다. 연쇄살인의 잔혹함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것을 막지 못한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피해자 보호의 중요성, 법 제도의 보완 필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실화에 가까운 이 영화는 오늘날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는다.